본문 바로가기

사회복지사 과정/복지뉴스

복지뉴스>>얘들아, 지금 행복하니? 박경현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 회장

박경현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 회장


무엇을 위해 살든, 어떤 목표를 향해 매진하든 우리는 행복을 얻기 위해 산다. 행복을 위해 먹고, 자고, 일하고, 만나고, 사랑하고, 싸우기도 한다. 거창한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행복이란 두 글자의 간명성과 파워는 정의, 평화, 사랑과 같은 수많은 가치들을 다 포괄하고도 남는다. 나는 나와 내 아이들이, 가족과 친구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궁핍하든 부유하든, 무슨 일을 하든 말이다. 또 다른 이의 아이들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학교사회복지를 택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어떨 때 행복할까? 
한 연구에서 한국과 미국의 대학생들에게 최근에 가장 행복한 사건을 적어보라고 했다. 그 결과, 미국과 한국 대학생들 모두 자신이 능력 있다고 느낄 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때, 가족이나 친구들과 가깝게 느낄 때, 또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낄 때의 순으로 가장 행복하게 느낀다고 했다. 
그런데 중요도에 있어서는 두 나라 학생들의 생각이 달랐다. 한국의 경우, 가족이나 친구들과 가깝게 느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대답한 데 비해, 미국 학생들은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낄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이 보다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가족과 같은 공동체의 끈이 강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금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이미 많이 깨져가고 있지만 서양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면이기도 하다. 
나를 돌아보니 나에게도 꼭 적용되는 기사였다. 나도 역시 내가 능력 있다, 가치 있다고 느낄 때 행복하다. 또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하며, 가족이나 친구와 화목하고 다정하게 지낼 때 행복하다. 뒤집어보면, 나 자신이 무력하다고 느낄 때, 무가치하거나 쓸모없다고 느낄 때 슬프고 속상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을 때,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 괴롭다. 가족이나 친구와 불화하고 벽을 느낄 때 외롭고 답답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우려면 우선 그의 능력을 발견해 맘껏 발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임을 발견해 도와줘야 한다. 작은 일을 이뤘을 때에도 많이 칭찬해주고, 잘못 했을 때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고 스스로 다시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가능성을 인정해줘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도록 많은 경험을 제공하고, 때론 몰두할 수 있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 그리고 가족, 친구들과 화목하게 지내도록 돕는 평화의 길잡이가 돼야 한다. 아이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는 방법,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 그리고 서로를 살리고 키우는 방법도 가르쳐야 한다. 

행복한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미국의 심리학자 J. R. 다비츠라는 이가 사람들에게 행복은 어떤 느낌인지 말로 표현해 보게 했더니 응답자들은 ‘내적인 환희와 희망이 넘치는 느낌’(82%), ‘미소를 짓고 싶은 느낌’(72%)을 가장 많이 꼽았다. 결국 행복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웃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웃음과 관련해 두 사람의 표정과 반응을 조사한 통계조사도 있다.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을 말로 웃기는 과제를 받았다. 그런데 웃기려는 말을 듣고 웃는 횟수보다 말하는 사람 자신이 더 많이 웃더라는 것이다. 또 그럴 때 웃을 확률은 두 사람이 서로 생각과 생활을 공유하는 사이이면서 예측을 벗어나는 내용을 말할 때 많이 웃었다고 한다. 바로 현실적인 삶에 기초한 창의성이다. 질서 속의 여유, 틀을 깰 때 웃을 수 있다. 

학교자율화조치와 행복추구권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를 마치고 새 정부가 들어섰다. 교육부를 해체하고 교육부의 기능을 대거 지방 교육청으로 이양하는 한편 여러 가지 규제조치를 철폐한다는 학교자율화조치도 발표했다. 또한 과학고, 외국어고와 같은 특목고, 자사고, 지방기숙형 고교 등 300개의 특별한 고등학교를 짓겠다고 한다. 그리고 가난한 아이들이 이런 학교에 입학하면 장학금을 주겠다고 한다. 그런 학교에 가고 싶은 아이들이 많을 테니 맘껏 공부하도록 학교에 0교시나 학원에 의한 방과후교실 규제도 풀었다. 전국의 학생들을 수시로 평가해서 학생과 학교를 성적순으로 발표하겠다고 한다. 학령기 아동의 99%이상이 학생의 신분으로 지내는 우리 아이들은 이런 학교에서 행복할까? 
만약 내가 5시간 정도 자고 0교시 하고 음악, 미술, 체육, 가정이나 기술실습 같은 건 꿈도 못 꾸고 매일 문제집이나 풀며 밤 12시까지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교사들은 대충 가르치고 학원강사에게 돈 주고 방과후학습을 해야 하고 매달 시험을 봐서 성적과 등수를 발표하는 학교를 다녀야 한다면 나는 학생이 되는 것을 정중히 거절하겠다. 소수의 수도권 상위대학 합격자수로 학교의 우열을 평가하고 나머지 대다수의 학생들은 왜 대학을 가야하는지, 대학을 나오면 취직은 할 수 있는지 자신도 없는 학교. 부모가 못 배우고 가난해서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하면 성공하기 힘든 그런 학교. 평화적인 의사표현마저 학생이라서 허용되지 않는 그런 학교라면 나는 내 아이도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 
어른들은 무슨 권리로 아이들의 행복권을 빼앗아 숨겨두고 아이들을 유린할까? 20살이 될 때까지만 참으라고? 공부만 잘 하면 나중엔 행복할 수 있다고? 나는 아이들에게 죄스럽다.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도와야 하는데, 능력 있다는 느낌을 맛 볼 기회를 갖게 해줘야 하는데, 친구들과 선생님, 가족과 사이좋게 놀기도 하고 지내야 하는데, 너에게도 내일의 희망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이런 교육여건 속에서 자라날 아이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의 가치를 알기나 할까. 
가정의 달을 보내며 아이들에게 다시 물어보자. 
“얘들아, 지금 행복하니?” 

-박경현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 회장 


[box] 

초교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학교사회복지적 대안 모색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학사협)와 고경화 국회의원실은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한 대구지역 초등학교 내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사회복지적 대안 마련 토론회’를 공동개최했다. 
학사협은 “대중매체의 영향으로 우리 아이들이 성과 폭력 등 유해환경에 노출돼 왔고, 가정과 사회에서 방임돼 왔다”며 학교사회복지사로서 역할을 강화할 것을 다짐했다. 아울러 “당장의 이익에 급급했던 기성세대가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며, “제대로 된 성교육도 필요하지만, 10년 뒤 우리의 아이들이 기성세대가 됐을 때 이 사회를 제대로 이끌어가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5월9일(금)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30여명의 학부모와 학교사회복지사 등이 참여했다. 

추주형 기자 choo@welfare.net